혼밥 중 핸드폰 배터리가
죽는다는 것의 의미
실존적 공허함이 찾아오는 정확한 순간
혼밥에서 핸드폰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. 그냥 심심풀이가 아니다. 존재의 이유에 가깝다. 유튜브를 보든, 인스타를 스크롤하든, 아무 의미 없는 기사를 읽든 —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, 이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증거.
그런데 그게 꺼지면.
배터리가 없습니다. 충전기를 연결해 주세요.
이 문장이 뜨는 순간, 밥맛이 달라진다.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. 입에 들어가는 음식의 맛이 갑자기 선명해진다. 아, 이게 순두부찌개구나. 뜨겁구나. 두부가 많네. 이런 생각들이 갑자기 밀려온다. 원래 맛에 집중하면 좋은 거 아닌가? 근데 이상하게 집중하기 싫은 순간이 있다.
배터리가 죽으면 눈 둘 곳이 없다. 창밖을 본다. 사람들이 지나간다. 다들 어디가는 걸까.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빨리 걷지. 옆 테이블 커플은 무슨 얘기를 저렇게 신나게 하는 건지. 나는 숟가락을 들고 순두부를 한 술 뜬다.
그리고 이상한 선택지가 떠오른다. 냅킨을 접을까. 왜인지는 모르겠다. 혼밥 중 배터리가 죽으면 유독 냅킨을 접고 싶어진다. 학이든 뭐든. 한 번도 종이접기를 잘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하고 싶어진다. 뭐라도 해야 하니까.
그래서 나는 요즘 외출 전 핸드폰 충전 상태를 확인한다. 혼밥 예정이면 최소 80% 이상. 이건 생존의 문제다. 사람은 밥만으로 사는 게 아니고, 혼밥러는 배터리로 산다.
보조배터리는 사치가 아니다. 필수다.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