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2인분 이상 주문 가능" 앞에서
나는 오늘도 멈췄다
메뉴판과의 눈싸움, 그리고 조용한 패배
점심시간, 골목을 걷다 간판에 혹했다. 솥밥집. 사진 속 뚝배기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. 여기다, 싶었다. 계단 세 칸을 올라 메뉴판 앞에 섰다.
그리고 발견했다. 그 문장을.
※ 솥밥은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합니다.
세상에서 혼밥러를 가장 조용히, 그리고 효과적으로 차별하는 문장이 바로 저거다. 칼을 쓰지도 않는다. 그냥 고지서 한 장 던지듯 공지해 놓는다. "너는 안 돼."라고 대놓고 쓰지는 않지만, 느낌은 동일하다.
나는 메뉴판을 다시 훑었다. 혹시 개인 메뉴가 있나. 일품요리 코너, 단품 메뉴, 뭔가. 없다. 솥밥 외엔 냉면 한 종류뿐인데 냉면은 오늘 마음이 아니었다. 오늘은 솥밥이 먹고 싶었다. 뜸 들인 밥이 먹고 싶었다. 그 따뜻함이 필요했다.
직원분이 물을 들고 오셨다. 주문하시겠어요? 나는 메뉴판을 한 번 더 보았다. 직원분 얼굴을 보았다. 다시 메뉴판. 다시 얼굴. 이 눈싸움의 상대는 사실 메뉴판이 아니라 내 자존심이었다.
"아, 저 잠깐 생각하고요."라고 말하고 핸드폰을 꺼냈다. 생각할 게 없는데 꺼냈다. 뭔가 하는 척을 해야 했다. 30초 뒤,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. 계단을 내려가면서 다짐했다. 다음엔 친구 데려온다. 반드시.
그런데 사실 그 친구한테 솥밥 먹으러 가자고 해도 거절당할 것 같아서 말을 못 꺼내고 있다.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근처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었다. 따뜻하게 데웠다. 뜸은 없었다.
혼밥의 적은 외로움이 아니다. 메뉴판이다.

